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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지는 매개자 (행 20:17-24)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는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인간사랑)에서 헤겔 철학의 개념을 빌려 ‘사라지는 매개자’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지제크는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제8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신분석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의 ‘사라지는 매개자’는 본디 서로 대립하는 두 개념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퇴장하는 개념을 뜻합니다. 지제크는 프랑스혁명 때의 자코뱅당(자코뱅 수도원을 본거지로 하는 정치 결사)이 ‘사라지는 매개자’였다고 말합니다.

자코뱅당은 구체제(앙시앵 레짐)를 깨뜨리고 새 체제의 기틀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뉴웨이브(새물결)를 연 것입니다. 지제크는 “자코뱅당이 사라진 것은 약했기 때문에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임무를 완수하고 사라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오늘 한국교회를 돌아봅니다. 유럽의 교파주의가 그대로 이식돼 350여개의 교파가 존재하며 끊임없이 분열하고 다툼을 벌입니다. 선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교 사역을 경쟁적으로 벌입니다. 상업주의의 ‘교회성장론’에 길들여져 신의 자리에 맘몬을 위치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들이 만든 교리와 법마저도 지키지 않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성직자들의 모습입니다. 자본주의적 경제체제 아래서 공로주의 승리주의 성장주의 맘몬주의에 빠진 결과입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상황에 사라지는 매개자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교단정치 교회정치라는 낡은 형식이 완강하게 자리를 버티고 앉아 개혁을 방해할 경우, 그 형식을 일시에 흔들어버림으로써 다른 형식이 등장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이 바로 사라지는 매개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라지는 매개자는 기존의 낡은 형식 안에서 끓어오르는 변화의 에너지를 받아 새로운 세상을 엽니다. 그리고 말없이 사라집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에베소 장로들에게 고별 설교를 하는 바울의 음성입니다. 18절 말씀에 “아시아에 들어온 첫날부터 지금까지 내가 항상 여러분 가운데서 어떻게 행하였는지를 여러분도 아는 바”라고 말합니다.

바울은 이방 선교사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기존의 낡은 형식들은 바울이 증거하는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변화의 에너지를 받아 새롭게 변하였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행했던 것을 말합니다. 모든 겸손과 눈물, 유대인의 간계로 말미암아 당한 시험을 참고 주를 섬긴 것, 유익한 것은 무엇이든지 공중 앞에서나 각 집에서나 가르치고, 유대인과 헬라인들에게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증언하였다고 합니다.(19∼21절)

그리고 이제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달려가겠다고 고백합니다. 

결박과 환란이 기다립니다. 마침내 죽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24절)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 어른이 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교회다운 교회도 없다고 합니다. 어른은커녕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른은 자신의 정치적 파워와 금권력을 과시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아하게 사라지는 매개자가 될 때 가능할 것입니다.

바울은 에베소 장로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주님을 증거하였으며 이제 성령에 매여 사라집니다. 따라서 목회자의 마지막은 교회를 위해 하나님을 위해 아름답게 사라지는 매개자입니다. 그럴 때 교회는 그 개혁의 사명을 완수하고, 하나님의 이름은 영광 받으실 것입니다.

최병학 남부산용호교회 목사

천국의 예배 누리는 신앙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