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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 ‘투잡’을 선택하다
   글쓴이 : 바이블넷     조회 : 18441    



대리운전 주유 아르바이트로 취업
투잡 이후 본업과 부업 뒤바뀌기도

“까마귀를 생각하라. 심지도 아니하고 거두지도 아니하며 골방도 없고 창고도 없으되 하나님이 기르시나니 너희는 새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눅 12:24).

경기도 신도시에서 목회하고 있는 A 목사. 낮과 밤의 생활이 다르다. 낮에는 평범한(?) 목사의 삶을 살지만 밤에는 변신한다. 화려한 변신이면 좋으련만 어둠을 이용해 남모르게 집을 빠져나와 도심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시내 유흥가. 작은 파라솔 하나에 플라스틱 의자가 몇 개 놓인 대리운전 기사 대기 장소가 그가 매일 밤 출근하는 곳이다. 성도들의 눈에 띌세라 주위를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대리운전’. A 목사의 또 다른 직업이다. 자신을 찾는 술 취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밤늦도록 이어지는 A 목사의 일과다. 벌써 1년. 차마 선택하고 싶지 않았지만 목회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내린 결정이었다. A 목사의 나이 45세.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현재 교회에서 받는 한 달 급여는 80여만 원. 딸 아이 학원비를 내기에도 형편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이런 이유가 A 목사를 거리로 나서게 했다.

#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 ‘투잡’

A 목사는 이른바 투잡족. ‘투 잡(Two Jop)’. 말 그대로 두 가지 직업을 말한다. 직장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선택했던 ‘투잡’이 성직의 세계까지 확산됐다. 이제 목회자들도 투잡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시냇물을 마시라. 내가 까마귀들에게 명령하여 거기서 너를 먹이게 하리라”(왕상 17:6).

그동안 목회자들은 이 말씀에 의지해 살았다. ‘하나님이 설마 굶기시기야 하겠느냐’는 믿음이었다. 성도들 또한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았다. 저녁때가 되도 목사 사택의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으면 남몰래 쌀을 퍼다 날랐고, 수시로 드나들며 장독대며 부엌을 살폈다. 쌀이 떨어졌으면 쌀을, 부식이 떨어지면 부식을 공급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과잉 공급되는 목회자들과 경쟁적으로 생겨나는 개척 교회, 대형 교회로 몰려가는 교인들 등 복합적인 요소들로 인해 생활고에 허덕이는 목회자들은 투잡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계’ 때문이다.

투잡에 뛰어드는 목회자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것은 대리운전. 다른 일에 비해 손쉬운 대리운전을 선택하는 일반 직장인들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인들을 심방하고 교회 관련 업무를 보고난 후 밤 시간을 이용해 대리운전을 뛰는 것이다. 주유소 주유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다음으로 흔한 경우가 사모들이 학원을 운영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형태. 이런 경우 다른 목회자들에 비해 다소 안정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목회를 보조할 수가 없어 교인들을 심방하는 등 세밀한 배려와 기도가 필요한 시점에 목회를 돕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투잡을 선택했다고 해서 목회자들의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부담은 ‘목회 소홀’. 부업에 매달리다보면 본업인 목회와 목양은 뒷전이 되기 십상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실제로 목회를 접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목회자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시간을 내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단독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의 경우 ‘24시간 대기’가 기본. 성도들의 가정에 위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불시에 심방을 요청할 경우 만사를 제쳐놓고 찾아가야 하지만, 투잡 인생은 이를 허락받지 못한다. “한두 번은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자꾸 쌓이다보면 눈치를 주고 더 이상의 배려는 없어진다”고 말한다.

# 교단들의 대책

투잡에 나서는 대부분은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 막막한 생계 때문이다. 교단들은 대비책으로 ‘미자립 교회 교역자 생활비 평준화 사업’을 진행 또는 준비하고 있지만 순조롭지 못하다. 각 교단과 노회별 여건 차이로 인한 지원 부진으로 실효를 거두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평균 생활비 지원은 각 교단에 따라 그리고 노회에 따라 천차만별. 그나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통합총회의 경우도 실시 초기에는 개척미자립교회연합회와 특수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교회, 일부 노회에서 이를 반대하는 등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었다. “평준화 사업이 실시될 경우 후원금 지원이 줄어들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감리교단의 경우도 교역자 생활비 지원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지금은 실태 조사 단계. 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의 협조 거부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통합측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러나 교단의 의지는 강하다. “교역자들의 실태 조사가 끝나야 상황들을 알 수 있고 이에 맞춰 평균 생활비를 산출해 지원할 수 있다”며 강한 추진 의사를 보였다.

중앙연회 전용재 감독도 최근 열린 정책 설명회에서 이런 상황들을 설명하고, “중앙연회만이라도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젠 88만 원 세대의 투잡 목회자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공감이 필요하다. 정책 또한 교회 구성원들과 공감하지 못하면 공약(空約)이 되고 만다. 투잡 목회자를 끌어안고 함께 가기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상생, 성장보다는 복지와 지원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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